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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쓰는 이야기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서평 (2) : 출산, 임금노동, 남용

#7 서평 : 레슬리 도열,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 젠더와 건강의 정치경제학』, 김남순 외 옮김, 한울(2010)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 젠더와 건강의 정치경제학』의 후반부를 다루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가사노동으로 인한 위험(2장), 남성과의 섹스로 인한 위험(3장), 출산 피임 임신중지 등 재생산으로 인한 위험(4장)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출산으로 인한 위험(5장), 산업노동에서의 직업별 성구분과 임금 격차로 인한 위험(6장), 알코올/약물/담배 남용으로 인한 위험(7장)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장인 8장에서는 여성의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투쟁/캠페인이 어떤 쟁점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야기하는데요, 책 전체를 개괄하고 마무리하는 성격이 강한 장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 책은 95년도에 쓰였고, 인용된 많은 연구가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것들입니다. 이 글은 책을 읽은 후기이기 때문에, 책에 나온 숫자와 결과들을 그대로 인용했고, 현재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1년 차 새내기 보건학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또 페미니즘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전공 연구에도 페미니즘적 시각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정말 유익했고, 아주 많이 배웠습니다. 또, 선진국의 사례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사례도 골고루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제 인식과 상상의 틀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건강은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아주 중요한 것이므로, 여성이 일상에서 받는 차별이 건강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다양한 학술 연구를 개괄적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저처럼 보건학을 공부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재밌고 유익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 건강에의 위험요인 4 : 출산

출산은 어떤 나라에서는 큰 위험이 아니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큰 위험 요소입니다. 출산의 위험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큰 차이가 나고, 선진국 안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여성들은 아주 다른 위험에 처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모성 사망이 줄어든 이유는 산과 진료가 보편화한 것과 더불어, 영양, 주거, 근로 조건의 향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과 진가 모성 사망을 줄이고 출산과 관련한 결과를 향상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여성들은 적절한 산과 진료를 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고, 어떤 여성들은 진료가 너무 과도하여 위험에 처합니다. 

87년의 연구에서는, 전 세계에서 매해 모성 사망의 수를 50만 명으로 추정하였으나 이는 과소추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습니다. 이보다도 더 많은 여성, 엄청난 수의 여성들이 매해 출산과 관련하여 사망하였다는 것입니다. 모성 사망은 국가와 인종 간 불평등이 매우 큰 건강지표이기도 한데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의 여성은 모성 사망의 위험이 선진국 여성의 100배 이상이고, 미국에서는 흑인 여성의 모성 사망률이 백인 여성보다 4배가량 높습니다. 

모성 사망의 사회적 원인으로는 빈곤과 성차별의 "끔찍한 조합"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여아들은 부실한 영양공급으로 고통받게 되고, 과중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적습니다. 여기에 조혼과 임신에 대한 문화, 경제적 압력이 더해집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그러나 십 대에 임신하게 되는 복잡한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니 됨'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에게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역설적인 희망을 제공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저자는 "임신 결과는 여성이 살아가는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모성 사망률은 오랜 기간을 거쳐 발병한 만성질환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성 사망의 삼 분의 일에서 절반 정도는 임신 초반에 몰래 하는 임신중지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출산 중이나 출산 직후에 발생하는데, 일부는 산모의 기저질환이 원인이지만 대부분은 출산 중의 합병증 때문입니다. 이는 의료서비스가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제공된다면 예방 가능합니다. 임신 중에, 그리고 분만 중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수많은 여성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오직 40% 이하의 여성만이 임신 중 전문 의료진을 만났습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도심에 사는* 여성 25~30%는 산전 진찰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분만 과정에서도 많은 나라의 절반 이상의 여성들이 분만 중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는데 이는 경제적 요인, 병원까지의 교통과 거리, 의료진과 의료 물품의 부족 때문입니다. (* 우리나라는 큰 도시, 그리고 도시의 중심에 사는 것이 좋은 주거 환경과 부의 상징이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부유한 백인 계층은 도시와 가까운 주변부 외곽인 교외(suburban)에 주로 거주하고, 도심부에는 가난한 흑인들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심의 좋은 인프라를 찾아 부유층이 다시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 도시개발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어떤 여성들은 산과 진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위험을 겪기도 합니다. 첨단 산과 기술은 여성의 요구가 아닌 산과 의사들의 요구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출산하는 장소는 집에서 병원으로 옮겨갔지만, 놀랍게도, 병원이 집보다 안전하다는 뚜렷한 근거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병원은 출산하는 여성에게 종종 비인간적 환경을 제공하곤 합니다. 어쩌면 자신의 가장 취약한 순간이자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순간을, 낯선 장소에서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겪어내야 하니까요. 

의료화된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위들도 많습니다. 음모 면도와 관장은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대부분의 병원 출산에서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관장은 대장염, 괴저, 쇼크 등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회음 절개술 (episiotomy) 또한 (정말 놀랍게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회음 절개술은 사전 동의 없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산모에 대한 사회적, 정신적 지지의 중요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납니다. 산과 기술이 산과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동안, 임신한 여성이 어떤 심리적 경험을 하고 태아와 어떤 심리적 관계를 맺는지는 산과 의학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더불어, 산과 의사들은 이전까지 실체가 없었던 '태아'라는 새로운 환자를 발견합니다. 산과 진료는 산모의 건강에 앞서 태아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이라는 책에도, '임신 중 입덧이 너무 심하고 몸이 많이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아이가 잘 크고 있군요. 축하합니다.'라는 반응을 했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축하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라는 경험담이 나옵니다. 

도대체 왜 산과 기술은 실체로서 바로 앞에 존재하는 임신한 여성의 고통과 경험은 간과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건강을 임신한 여성의 건강보다 우선하는 것일까요? 임신중지와 관련한 담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이것이 항상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그 친구는 태아를 국가의 미래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관념이 합쳐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저는, 여성을 2등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각, 여성을 그저 자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팽배하며, 여기에 더불어 산모는 "여성"인데 반해 태아는 "중성"적 존재, 혹은 남자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제왕절개의 횟수 또한 산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68년에서 83년까지, 영국에선 250%, 미국에선 380% 증가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보장이 잘 되는 보험을 가지고 있느냐도 제왕절개를 받는 비율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는 제왕절개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아닌 경우도 꽤 있을 수 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사망률이 4배인 매우 위험하고 큰 수술입니다. 이런 위험한 수술을 결정하는 데에는 산모가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80년대 미국에서는 산모의 법적 권한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산과적 중재 시행을 강제(제왕절개 수술을 강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장은 불임에 대해 다루면서 마무리됩니다. 저자는, 수백만 불임여성의 경험은 무시되어 왔고 그 결과 산부인과학에 의해 "끌려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많은 문화권에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정상적'인 여성으로서의 수행이며, 그 때문에 불임은 가족에서의 퇴출, 이혼 등 사회적으로 배제당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많은 여성들에게 불임은 분명히 여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비극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유전적, 선천적인 이유로 불임인 경우는 오직 5% 정도이고, 대부분은 부인과적 감염과 산업 환경으로 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신체적으로도 큰 불임 클리닉에 들어갈 자원과 노력을 불임 예방에 사용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면서 당사자들의 의료 경험 또한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 건강에의 위험요인 5 : 임금노동

여성이 임금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여성 본인에게 많은 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고,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교제할 수 있고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경제적 자율성이 높아진 덕분에 남성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 경험과 더불어 건강에 나쁜 결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임금노동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성별 분업 때문에, 여성은 지위가 낮은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낮은 임금을 받으며, 직장에서 통제권이 적고, 단조로운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근로 조건이 가사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지워진다는 현실과 결합하면,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산업 노동에서 여성 노동자는 주로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데, 섬유에서 나오는 먼지로 인해 면폐증(brown lung, 갈색 폐)의 위험에 노출되고 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자 산업 또한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전자 산업 공장에서는 유기용제, 인화수소 등의 산성 가스 등 시험을 거치지 않은 혼합물들이 사용되어 노동자에게 큰 위험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 등의 희소병으로 많은 노동자가 생명을 잃었습니다.* 독성 화합물과 더불어 공장에서의 긴장된 환경, 엄격한 규율, 교대제 등이 합쳐져 건강에 큰 위험 요소가 됩니다. 이 책이 쓰이던 시점을 기준으로 관련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은폐하려는 회사, 자주 이동하여 결집이 적은 노동력 등의 특성 때문에 연구가 더 어렵다고 합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반올림의 소식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책으로 『먼지 없는 방』『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이 있고, 이 두 책을 통해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겪었던/겪고 있는 고통과 그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어땠는지, 이후 회사의 대응은 어땠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보건연구는 남성 편향적으로 진행되었고, 산업 규정에서 제시하는 "안전선"은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여서 여성의 신체 반응은 다를 수 있으며, 보호 장비 또한 백인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여성과 노동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월경이 노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되었고 '노동 환경이 월경 등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되었습니다. 

여성 건강에의 위험요인 6 : 남용

알코올, 신경안정제, 그리고 담배의 남용과 중독은 대개 남성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여성에게서도 점점 증가하며 여성 건강의 위험요소가 되었습니다. 앞에서 다룬 여러 상황과 원인으로 인해 자원이 부족한 여성은, 자신이 처한 스트레스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중독성 물질을 찾게 됩니다.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 남용은, 자신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특징짓는 불평등과 불리함의 표현"이라고 서술합니다. 

알코올 남용) 많은 여성이 스트레스가 과도할 때, 무기력, 무능, 무력함, 자존감 부족에 시달릴 때, 그를 해소하기 위해 폭음합니다. 많은 경우 임금 노동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쌓게 되면 해소가 가능하지만 모두가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은 신체적 특성 때문에 여성에게 위해가 더 큽니다. 체지방 비율이 높아 알코올이 더 많이 농축되고, 술로 인한 각종 질병이 같은 양을 섭취해도 남성보다 더 빠르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여성은 알코올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데에 더 어려움을 겪습니다. 성차별적 시선으로 인해 더 많은 비난을 마주해야 하며, 서비스의 구조 자체도 남성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 치료에 젠더적 특이성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신경안정제 남용) 신경안정제 처방은 70년대를 거치면서 크게 증가했고, 주로 처방되는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또는 벤조다이아제핀, Benzodiazepin)의 주 소비자는 여성입니다. 영국에서 신경안정제 처방의 60%는 40세 이상 여성, 40%가 65세 이상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에게 신경안정제가 이렇게 많이 처방되는 데에는 의사들의 성 고정관념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60년대 말 진행된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많은 의사가 '보통의 건강한 여성'과 '보통의 건강한 남성'에 대해 매우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의사들은 여성들에게 정신적 문제가 많다는 편견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신경안정제 광고에 주로 여성이 등장하며, 이는 의사들의 처방에 영향을 줍니다. 

여성들은 적응 전략으로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견디기 힘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찾는 것입니다. 다른 자원들 - 일터, 가정, 사회적 지지, 여가활동, 담배, 술, 종교 등 - 이 없는 여성들이 신경안정제를 많이 찾는데, 흑인 여성은 상근직에 종사하며 딸이 많고 교회 커뮤니티가 있어 비교적 자원을 많이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반면 그런 자원이 없는 독신인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벤조디아제핀 복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흑인 여성들이 가족과 교회 커뮤니티가 있는 생활 양식으로 자원이 더 많아 벤조디아제핀 복용이 백인 여성에게서 더 많다고 하였지만, 백인 여성은 의사를 만나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을 수 있는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더 높고 또 의사를 만나고 약물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 또는 좋은 의료 보험을 갖추고 있는 반면 흑인 여성은 의료 접근성도 떨어지며 의사 진찰과 약물을 금전적으로 감당할 능력이 적은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벤조디아제핀은 단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졌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의존과 금단현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여성들에게 신경안정제는 고통 완화라는 커다란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의존성으로 인한 더 큰 문제를 안게 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흡연) 선진국에서 흡연은 빈곤과 사회적 불이익과 관련이 깊습니다. 80년대에 미국에서 흑인 여성의 담배 소비율이 매우 높았고, 캐나다에서도 인종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흡연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폐암 사망- 또한 사회경제적 수준과 관련이 높았습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부유한 사람들보다 두 배가량 높았습니다. 흡연은 직접적인 폐암뿐 아니라 직업적인 위해 요인과 결합하여 작업장에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합니다. 여성은 흡연이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자걱 위험에 노출됩니다. 피임약 복용과 흡연이 함께 이루어지면 피임약 부작용이 증가하고, 흡연은 자연유산, 사산, 조기 분만 등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장에서 재생산과 관련한 위험이 부가적으로 서술되는데, 여성의 건강을 말할 때 재생산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여성이 더 많이 겪는 질병 등 여성의 신체는 자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도 여성의 건강이 마치 모성 건강과 동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불만이었고, 또 보건학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요, 재생산과 관련된 요소들이 여성의 일생과 건강에서 큰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다만, 재생산 건강이 여성 건강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지 않으면서도, 여성 건강이라는 큰 전체집합이 있을 때 그 아래의 중요한 한 부분 집합으로서 다뤄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연구와 어떤 내러티브가 필요할까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담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습니다. 특히 자원이 없는 가난한 여성들, 적은 수입으로 많은 것을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담배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그 절박하고 힘든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담배를 통해 분노와 좌절감을 무마시키는 것이죠.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금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적게 표하는데요, 이는 생활의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통제권이 적은 여성의 경험을 반영한 것입니다. 

마무리

여성의 건강에 대한 위험요소들을 아주 밀도 있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룬 책인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의 서평이 이로써 마무리되었습니다. 책이 워낙 밀도가 높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 굉장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단이 이 책 전체를 아주 잘 요약하면서도 인상 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이 겪는 삶의 구조를 구성하는 활동의 무한한 다양성에 대해 기술했다. 특히 타인의 안녕을 증진시키는 데 활동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강조했다. 만약 여성 건강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활동을 수행할 능력은 임의로 제한될 것이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없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조기 사망할 것이며, 더 많은 사람이 삶의 질이 저하되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손실을 막기 위하여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권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적절하게 수립하는 것은 여성주의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 정치적 자유, 경제사회적 정의를 위한 광법위한 운동에서도 중심적인 고려 사항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