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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쓰는 이야기

[논문] 이웃환경과 건강: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에게 어떻게 다를까?

#2 (논문 이야기) 이웃환경과 소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독자분들은 어떤 동네에 살고 계신가요? 갑자기 고열이 나서 급히 병원에 가야 할 때 찾아갈 만한 병원이 근처에 있나요?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적당한 거리에 있나요? 계절 따라 어떤 꽃이 피고 지는지 구경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공원과 신선한 야채를 사 먹을 수 있는 마트는 얼마나 가까이 있나요? 

거주지의 주변 환경이 어떤지, 주변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어떤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웃 환경과 이웃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건강에 영향 미치는 이유는 크게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통해 작용합니다. 물리적 환경은 위에서 언급한, 병원이나 건강한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환경은 거주지에서 느끼는 사회적 연결감이나 그 동네가 얼마나 안전한지 등을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더 좋은 이웃에 살면, 그러니까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동네에 살명 건강 지표가 향상된다고 대부분의 연구들은 말합니다. 이웃을 어떻게 정의했는지에 따라, 사회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어떤 것을 살펴봤는지에 따라, 또 어떤 건강 지표(정신건강, 만성질환, 사망률 등)를 연구했는지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좋은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건강이 좋고 나쁜 이웃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건강지표도 더 나쁜 수준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사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 그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까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 환경, 쉬운 말로 잘 사는 동네, 강남 대치동에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을 때, 주변에 고급스러운 치과가 많이 있어도 그 치과 진료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가지 못한다면, 주변에 헬스클럽 등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이용할 수 없다면, 가난한 사람은 좋은 이웃 환경을 통해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기존 연구들에 이견이 있습니다. 어떤 연구들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이웃 환경이 개선되면 건강 지표도 함께 개선된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사는 저소득 인구가 더 나쁜 건강 지표를 보인다고 말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연구는 후자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2006년 미국보건학회지에 발표된 <개인과 지역 사회경제적 지위가 성인 사망률에 미치는 교차 수준 상호작용의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Winkleby, M., Cubbin, C., & Ahn, D. (2006). Effect of cross-level interaction between individual and neighborhood socioeconomic status on adult mortality rates.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96(12), 2145–2153.) (링크 : http://www.pubmedcentral.nih.gov/articlerender.fcgi?artid=PMC1698146)

이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스탠포드 심장병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25세에서 74세 사이의 8,197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이웃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사망률을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교육 정도와 연 소득을 이용해 구했고, 이웃의 사회경제적 수준은 각 지역의 중위 소득, 중위 주택 가격,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구했습니다. 

 

 

높은 이웃 SES*

중간 이웃 SES

낮은 이웃 SES

낮은 개인 SES

1.64 (1.14, 2.21)

1.40 (1.01, 1.94)

1.35 (0.94, 1.95)

중간 개인 SES

1.46 (1.06, 2.13)

1.15 (0.82, 1.61)

1.39 (0.85, 2.28)

높은 개인 SES

1.00 (reference)

1.01 (0.68, 1.51)

1.50 (0.834, 2.69)

(표 1) 사망 위험비, 1979-1990 스탠퍼드 심장병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25-74세 여성, 괄호 안은 95% 신뢰구간 (출처 : Winkleby, M., Cubbin, C., & Ahn, D. (2006). Effect of cross-level interaction between individual and neighborhood socioeconomic status on adult mortality rates.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96(12), 2145–2153.)

(* SES: Socioeconomic status, 사회경제적 수준)

위의 표1을 보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개인(편의상 '가난한 사람'으로 지칭하겠습니다)의 사망률을 보면, 이웃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곳에 살 때 사망 위험비(1.64)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곳에 살 때보다(1.35) 더 높습니다. 부유한 동네에 사는 가난한 사람이 가난하고 환경이 좋지 않은 이웃에 살 때보다 더 많이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개인(교육 수준이 높고 연 소득이 높은 사람)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이웃 환경에 살 때의 위험비가 1.5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살 때보다 1.5배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과 대조됩니다. (1.5의 경우, 신뢰구간이 (0.834, 2.69)로 1을 포함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림 1) 여성(a) 및 남성 (b)의 개인의 사회경제적 수준 및 이웃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연령 조정 생존 곡선 (출처 : Winkleby, M., Cubbin, C., & Ahn, D. (2006). Effect of cross-level interaction between individual and neighborhood socioeconomic status on adult mortality rates.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96(12), 2145–2153.)

위의 그림1은 25년에 걸친 연령 조정된 생존 곡선입니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개인(가난한 사람 - 짙은 검은색으로 표시됨)의 생존곡선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특히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사는 가난한 사람의 생존 곡선이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저는 이 그래프에서 이웃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보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논문 저자들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상대적 박탈감과 상대적 지위와 연관 지어 해석했습니다. 

첫째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사는 가난한 개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 있어서 더 적은 가처분 소득을 가진다고 말합니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 환경에 사는 것은 비싸기 때문입니다. 월세 등의 집값이 더 높을 것이고, 전반적인 생활물가도 높겠죠. 그래서 더 많은 시간 일해야 한다면, 초과근무로 인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또 건강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질 것입니다. 

둘째로는, 가난한 사람이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이웃에 살 때, 그 커뮤니티에서 상대적 지위가 낮은 것을 높은 사망률과 연관 지어 설명합니다. 속해있는 커뮤니티에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가 사망 위험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낸 기존 연구들을 언급하면서요. 사회적 지위가 낮으면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대처할 자원이 적고 스스로 느끼는 통제감과 사회에서 지지받는다는 느낌을 덜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사회적 고립감이나 차별,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되고, 그게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입니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이 연구도 강점과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강점은 17년 동안의 사망 데이터를 추적조사 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장기간의 추적조사를 한 데이터는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계점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25-74세 약 팔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데, 미국은 주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다른 주에는 확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맥락과 미국의 맥락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재 살고 있는 이웃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그 이웃 환경에 노출된 기간이 얼마인지 측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저자들은 한계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현재 거주지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현재 이웃보다는 이사 오기 전의 이웃에서 받은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겠죠.

마지막으로 제가 이 논문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은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여성과 남성을 나눠서 분석했다는 점입니다. 성별에 따라 평균 기대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서 회귀 분석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때 통제 변수로 넣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는 성별에 따라 데이터를 아예 나눠서 (stratified model -- 번역하면 계층화인데,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분석을 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데이터를 나눠서 분석하는 것은 두 집단 간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보고자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논문에서는 여성과 남성 성별 간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비교하지 않았는데 굳이 데이터를 나눠서 분석한 점이 의아하다고 생각했습니다.